커피를 사랑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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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탑 독자 김은경

70~80년대 커피가 무척이나 귀한 시절, 엄마가 홀로 커피 마시는 걸 자주 보았다. 그것도 블랙커피로. 그때만 해도 커피를 마시는 사람 대부분은 일명 ‘다방 커피’를 마셨지. 다디단 다방 커피가 대세인 시대, 엄마 외에는 쓰디쓴 블랙커피를 마시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 당시 엄마가 신여성이 아니었나 싶다. 평생 드셨던 커피값을 더하면 아마도 중형차 한 대 값은 족히 되지 않을까.

이렇게 쓰기만 한 커피가 뭐가 맛있다고 그런 걸 마시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창가에서 커피를 마시며 조용히 성경 책을 읽으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90세를 넘어까지 사셨으니, 커피가 건강에 안 좋다는 걸 그래서 난 믿지 않는다. 나도 블랙커피를 좋아하려고 노력했지만, 그것까진 무리였다.

엄마를 떠나보낸 지 벌써 반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엄마가 머문 방에는 은은한 커피 향이 정겨운 채취가 되어 맴돈다. 임종 5일 전까지도 커피를 놓지 않으셨던 지독한 엄마의 커피 사랑은 어디서 온 걸까? 그 엄마의 딸인 나도 이제 아침이면 변함없이 커피로 하루를 시작한다. 쓴 블랙커피가 아닌 갓 우려낸 달콤한 헤이즐넛 커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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