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 사랑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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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탑 독자 김동석

결혼한 지 30년이 넘도록 나는 아내에게 늘 존댓말을 쓴다.

나이가 일곱 살이나 많으셨던 아버지가 어머니께

언제나 존댓말을 하시는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결혼과 동시에 동갑인 아내에게 반말을 쓰는 것이 어색하고 조심스러웠다.

아버지께서 평생 교편을 잡으시면서 교육적 목적에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셨는지

생전에 여쭤보지 못했지만, 나는 자연스레 그 방식을 따르게 되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 부부가 당시 중매로 만나 연애 기간도 없이

다소 서먹한 사이로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런 상황에서 존댓말은 어쩌면 서로 간의 거리를 지키는 작은 방패막이였을지도 모른다.

초반에는 낯간지러워서 주변에서 “팔불출”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반말로 대화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종종 들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 존댓말이 우리 부부를 지탱해 준 든든한 기둥이 되었다.

물론 부부싸움도 있었고, 격한 말들이 오가며 상처를 주기도 했다.

그럴 때면 잠시나마 존댓말이 무색해질 때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존댓말로 대화가 돌아왔다.

그렇게 감정이 진정되고 나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시간이 지나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처음에는 의아해하던 이들도 지금은 “참 보기 좋다”며 부러워한다.

결혼한 우리 딸들도 아빠와 엄마가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며

부부간에 존댓말을 쓰는 가정을 꿈꾸고 있다.

부부가 존댓말을 한다고 해서 사랑이 갑자기 깊어지거나 가정이 저절로 화목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꾸준히 존댓말을 주고받다 보면,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듯 자연스레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자라난다.

존댓말로 다져진 우리 가정의 화목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그리고 이런 소중한 가풍을 물려주신 부모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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