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업탑 독자 김은경
사람들은 나를 ‘고독한 여인’이라 부른다.
이상하게도, 그 별명이 싫지 않다.
고독은 쓸쓸함이 아니라,
혼자 먹는 삼각김밥에서조차 뜻밖의 감칠맛을 발견할 줄 아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고급스러운 취향이기 때문이다.
내가 음악을 사랑하게 된 계기는 엉뚱하게도 절친 나영이 덕분이었다.
그녀는 고기를 구울 때마다 베토벤 교향곡을 틀었다.
기름 튀는 소리 사이로 무게감 있는 선율이 흐르고, 그 위로 돼지고기 냄새가 피어오른다니.
나는 깨달았다. 아, 고전 음악도 기름 냄새와 함께라면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지 않겠구나.
그날 이후, 나는 혼자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브람스도, 슈베르트도, 모차르트도. 고독하게,
그러나 고기 굽는 상상과 함께.
오늘 밤 나는 김치찌개를 끓인다.
뚝배기에서 자글자글 소리가 퍼질 때, 브람스의 진지한 선율이 주방을 채운다.
선율이 너무 깊숙이 내려와 젓가락이 잠시 멈추기도 하지만, 이내 소주 한 잔이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인생도, 음악도, 고독도 결국엔 양념을 잘해야 제맛이 나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