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리는 나의 연적(戀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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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탑 독자 김은경

갱년기가 시작되어서일까? 언제부턴가 남편이 퇴근해도 그리 반갑지 않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남편이 퇴근하기 전, 하루 동안 있었던 일 중 어떤 것을 이야기할지 늘 생각하고 기다리던 나였다. 최근에는 이야기는커녕 인사도 그리 상냥하게 건네는 법이 없다. 온종일 일하고 돌아오는 남편에 대한 고마움과 반가움을 잊고 사는 나를 바라본다. “나를 진심으로 환대하는 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말에 공감은 하지만 지금의 내 사정은 전혀 다르다.

그러나 우리 집 반려견 또리는 한결같다. 누군가 집에 들어오면 꼬리를 흔들며 온몸을 다해 반긴다. 한 번도 예외가 없다. 귀여워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내가 남편을 반기지 않으니, 남편 역시 나에 대한 애정이 예전만 못하다. 어제도 무뚝뚝하게 대하는 나를, 남편 역시 무심한 태도로 나를 대했다. 또리는 역시나 꼬리를 흔들고 갖은 애교를 부리며 남편에게 다가갔다. 종일 또리와 뒹굴며 노는 날도 늘었다. 나는 늘 뒷전이다.

9년이란 긴 세월 동안 연애를 하고, 서로의 사랑이 완벽히 확인될 무렵 우리는 결혼했다. 같이 살아온 세월이 어언 20년을 넘어섰다. 3년 전 우리 집으로 입양된 또리와 남편과의 인연도 30여 년인 나와는 비교할 수도 없지 않은가. 절대 식지 않을 것 같았던 우리의 애정 전선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더 늦기 전에 또리의 사랑을 내게로 되찾아와야겠다. 내일 퇴근하는 남편에게 어떤 필살기로 애교를 부릴까, 곰곰이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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