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손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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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탑 독자 김은경

결혼해 분가한 지 올해로 벌써 5년째다. 치명적인 나의 단점은 음식 솜씨가 거의 제로라는 거다. 성격 좋은 남편은 타박하지는 않지만, 왠지 미안한 마음은 늘 있었다. 친정집과 멀리 살다 보니 엄마의 도움을 청하기도 힘들었다. 오랜 고민 끝에 몇 달 전 친정집 근처로 이사를 왔다. 자라면서 엄마의 탁월한 음식 솜씨를 배우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웠다. 학창 시절엔 공부하느라, 성인이 되어서는 직장 일이 바빠서 등의 이유가 통할 리 없겠지.

들깻가루 듬뿍 넣고 된장을 곁들인 구수한 시래깃국, 개운하고 속이 탁 트이는 시원한 열무물김치, 철마다 말려놓은 건 나물로 무쳐낸 나물 밥상, 직접 말린 무청과 함께 맛을 낸 우거지 감자탕···. 울 엄마표 밥상 목록은 끝이 없다. 이모의 말에 따르면 외할머니도 동네에서 음식 솜씨 좋기로 유명하셨단다. 외할머니에서 엄마로 이어진 음식 솜씨가 나의 대에 와서 끊어진다는 사실이 못내 미안했다.

엄마가 정성껏 차려준 밥상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말없이 전해지는 사랑의 표현이었다. 그래서 식사 시간은 힘든 하루를 위로받고,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지.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엄마에게 기초부터 배우고 익혀야겠다. 그래야만 엄마의 손맛이 얼마 전 두 돌이 지난 내 딸까지 끊임없이 이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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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 호산나

    이래서 딸이 좋다,딸이 있어야 된다고…
    엄마랑 행복하시길요^^;;;
    “넌 딸 없어서 우짤래?” 그러게~
    부럽지만,있는 아들들이나 잘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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